늑구. 늑대 복원사업의 허상과 여전한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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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탈출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는 개와 같은 종이다. 하지만, 개와 다르다. 보통 평균 40kg 정도 되는 대형견과 비슷한 크기의 동물이지만 더 큰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실상 우리가 아는 늑대가 가축화된 것이 개이고 늑대보다 훨씬 순하고 인간에게 친근하다. 그렇다면, 늑대란 인간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공격적인 개라는 말과도 같다. 한국에서는 매년 2,000건 이상의 개물림 사고가 발생한다. 하지만 늑대에게 물린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늑대는 1960년대 즈음하여 멸종했기 때문이다.
곰 복원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일부 자연복원주의자들이 곰이 아닌 다른 동물의 복원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의 논리는 언제나 똑같다.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종이고 다른 생물들을 지켜주는 우산종이니 늑대를 복원 시켜서 한국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푸르게 복원해야 한다… “는 주장.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에서 주장했던 그 주장의 반복이다.
하지만, 핵심종인 늑대가 없었던 1960년대에도 우리나라는 산림녹화와 자연보호를 통해 성공적으로 자연을 복원시켰다. 산림을 복원하니 많은 자연생물들이 돌아왔다. 늑대가 없는 한국의 숲은 완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걸까? 위험한 생물을 굳이 많은 돈을 들여 복원하려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늑대복원사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늑대가 탈출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늑구라는 이름의 늑대가 2024년 1월 대전 오월드에서 출생했다. 그리고 2026년 4월 8일 전기 철조망 아래 흙을 파고 동물원을 탈출했다. 경찰, 소방당국, 유해조수단이 수색을 했고 늑구를 발견해서 마취총을 쏘아 기절시킨 후 다시 포획한 것은 4월 17일이다. 12일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탈출극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 기간동안 늑구는 대전 시내에서도 목격되고 오월드에서 1.6km 떨어진 초등학교 인근에서도 목격되었다. 재난문자가 발송되었고 일부 시민들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한마리의 늑대가 탈출함으로써 벌어진 일이다.
늑대 복원사업을 둘러싼 난장판
대전 오월드는 2008년 러시아 사라토프주에서 늑대 7마리를 포획 및 수입하면서 '한국 늑대'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번식을 시작했다. 탈출사건의 주인공인 늑대 '늑구'는 2024년 1월 동물원에서 태어난 2살짜리 수컷으로, 당시 러시아에서 들여온 늑대의 3세대 후손이다.
하지만, 이 늑대 복원사업은 여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첫째로 “이 늑대가 한반도에 서식하던 그 늑대인가?” 라는 의문이다. 러시아에서 들여온 늑대들이 과거 한반도에서 살던 늑대와 같은 아종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논란이 있다. 한국늑대는 러시아 늑대와 거의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아무도 비교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오월드가 '늑대 종 복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반복적인 번식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자연으로 돌려보내 생태계 다양성을 회복한다는 복원보다는 오월드에서 태어난 늑대들이 다른 동물원으로 분양되어 전시용으로 소비되고 있는 현실을 문제로 삼고 있다. 동물원의 상업적 가치를 올리고 존립 명분을 얻기 위해 복원이라는 단어로 포장한 애니멀 워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여기서 살펴봐야 하는 것이 늑대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전 오월드의 정체성이다.
대전 오월드(구. 대전동물원)은 대전도시공사가 관리, 운영하는 공영 테마파크이다. 원래 민관합작으로 운영되었지만, IMF때 민간 사업자가 파산해서 지방 공기업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공기업이지만 장기간에 걸쳐 관리 허점과 부실을 드러낸 전적이 있는 곳이다. 2018년 퓨마 뽀롱이가 관리 부실로 탈출하고 포획에 실패하자 사살된 사건이 이곳에서 일어났다. 이 뽀롱이 사살사건은 이후 동물원이라는 사업을 허가제로 바꾸고 사육사 과실에 대한 처벌, 2중, 3중의 안전장치와 스마트 감시체계를 도입하고 자체 포획 훈련을 정례화 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동물원이 강화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정보를 통제하며 늑구 탈출사건 당시 동물원이 신고를 늦게하고 정보를 은폐하는 원인이 되었다.
즉, 오월드는 공기업이지만 수익성이 높은 곳도 아니고, 체계가 잘 갖춰진 곳도 아니다. 오히려 대전도시공사가 주택판매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오월드의 적자를 보존하는 적자사업부이며,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자생력을 상실한 상태이다. 오월드는 공기업 특성상 가격을 낮게 유지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어, 운영적자가 연 110억원에 달하며, 입장객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3,3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투입하여 대규모 리뉴얼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과도한 투자로 인한 파산위협이 있다고 경고되고 있는 곳이다.
오월드는 공기업으로서 수익성을 포기하게 되면서, 공공의 역할에 맞는 자신만의 Role을 찾아야 했고, 그것이 바로 ‘늑대복원’같은 소위 “있어보이는” 공익 사업이다. 확실치도 않은 종을 검증없이 들어와서 번식시키는 임무를 스스로 떠안은 것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어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환경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목적 따위는 아니라고 의심해볼 수 있을 것이다. 늑대복원사업은 그 의도부터 순수하지 않은 사업인 것이다.
셋째로, 생태계 복원 효과의 의문성이다. 늑대복원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늘 예로 언급하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복원사태를 알아보자.
이 지역은 1800년대부터 목축업이 시작되면서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무분별한 늑대 사냥이 이루어졌고, 1926년 경에는 옐로스톤 지역의 모든 늑대가 사살되어 멸종되었다.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자 엘크와 사슴 같은 초식동물이 급증하여 풀과 나무의 새싹을 모두 먹어 치웠고, 숲이 황폐해지면서 연쇄적으로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5년과 1996년에 걸쳐 캐나다에서 야생 늑대들을 옐로스톤으로 들여와 다시 자연에 방사했고, 이를 통해 엘크와 사슴의 행동을 변화시켜 숲이 다시 살아났고, 연쇄적으로 새와 곤충 등 생태계가 풍성하게 복원되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자연은 한 동물에 의해서 자연복원되지 않는다. 옐로스톤 생태계 복원은 그 지역의 강수량이나 지하수의 양, 퓨마와 곰 등 다른 포식자의 수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 자연복원의 효과도 알려진 것보다 미미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버드나무가 1500% 폭증했다는 연구결과가 통계적 오류에 의해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늑대는 위험하다.

그렇다면 늑대 복원사업 자체는 문제가 없을까? 아니다. 늑대는 인간의 곁에 두기에는 엄청나게 위험한 동물이다.
첫째로, 늑대는 무리생활을 한다. 그리고 무리지어 사냥한다. 한마리의 늑대는 곰보다 덜 위험하겠지만, 늑대 떼가 인간을 공격한다면 훨씬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다. 늑대는 전략적으로 사냥감을 궁지에 빠지게 한 뒤 공격해서 사냥 성공률이 높다. 실제로 자연에서 늑대는 자신보다 몸집이 큰 사슴과 멧돼지 등도 쉽게 사냥한다.
둘째로, 늑대는 영역 동물이다. 늑대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존재에 대해서 철저한 방어를 한다. 이 말은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인간을 계획적으로 사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매일 산을 산책하는 사람, 철마다 산을 오르는 버섯 채집꾼, 심마니, 나물캐는 촌부 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늑대 집단의 영역에 들어선다면 습격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 늑대 집단의 영역은 동서 약 40km에 달하기도 한다. 대략 서울크기의 땅을 매일 순찰돌며 지킨다는 뜻이다. 한반도에 그만한 범위의 땅에 사람이 없는 곳이 있을까?
세번째는 잔혹한 야생동물이라는 점이다. 늑대와 개와 같은 종이라는 점 때문에, 늑대도 인간에게 친밀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늑대는 야생동물이고 수만년에 걸쳐서 인간의 땅을 침략해 가축과 사람을 공격했던 동물이다. 늑대를 한반도에 풀어놨을 때 인간을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도 신문을 찾아보면 부산 시민공원 물림사고, 서울대 캠퍼스 및 관악산 주변에서 등산객을 위협 사고, 제주도 들개 떼에 의한 닭, 오리, 송아지, 망아지 피해 사례 등 개에 의한 사건사고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진짜 야생동물인 늑대까지 풀어놓겠다고?
결론
이번 늑구 탈출사태는 계속되는 수익악화로 부실화된 공기업의 관리 소흘로 일어난 사고이다. 하지만, 늑대를 키우게 된 이유는 생태계 복원을 위해 늑대 복원이 필요하다는 맹신적인 환경론자들이 그 논리적 당위성을 제공했다. 게다가,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성공사례를 다른 동물에게도 적용시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욕망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신의 존재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부실 공기업의 생존전략에 늑대복원사업이 선택되었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땅에 풀어놓겠다고 한 늑대가 한국 늑대인지는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총체적 부실인 늑대복원사업은 계속할 이유도 당위성도 없다. 이런 위험한 늑대가 자연에 방사되기 전에 늑대복원사업은 끝을 내야 한다. 늑대방사계획을 포기하고, 그저 생태계 복원으로서의 의미가 없는 동물원의 다른 동물들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저지른 환경오염에 대한 속죄라도 되는 듯이 곰, 늑대 등을 복원시키자고 주장하는 환경론자들의 엉성하고 대책없는 주장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때다. 그들의 주장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교조적이고 무책임한 자연복원이 아닌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