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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으로 북상하는 반달가슴곰 (Feat. 환경부)

영화로도 많이 알려진 마이클 클라이톤의 소설 ‘쥬라기 공원’에는 이안 말콤 박사라는 등장인물이 있다. 소설 원작에서는 작가의 페르소나이자 공룡을 제외한 인간 중에서는 주인공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한마디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을 극중에서 해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설속에서 그는 생명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있는 발언을 한다. “진화의 역사에 의하면 생명은 모든 장벽으로 부터 탈출하거든요. 생명은 탈주하려 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죠, 고통스러워도, 심지어 위험해도요. 생명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소설에서 인간은 자신의 오만함으로 공룡을 되살려 완전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런 시도는 끔찍한 비극으로 치달았다. 인간이 공룡의 사냥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에서도 이와 완전히 동일 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바로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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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1997년 지리산 일대에 소수의 반달가슴곰이 자연 서식한 다는 것이 알려진 후, 개체수 복원을 위해 러시아 연해주, 북한, 중국 등에서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을 도입하여 방사하면서 반달곰 복원 사업이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정착에 실패하는 듯 했으나,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금은 안정적으로 숫자도 늘어나고 개체간 번식도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반달 가슴곰의 개체수는 100여 마리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숫자는 알지 못한다. 초기 방사된 곰이 새끼를 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개체 추적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곰은 3살부터 새끼를 낳을 수 있고, 야생에서의 평균수명은 25세 정도이다.( 사육되는 곰은 30년이상도 산다.) 보통 2년에 한번씩 출산을 하고, 1~2마리. 드물게 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하니 어림잡아 평생 2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번식이 매우 왕성하다.

반달가슴곰은 우리나라에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고대의 단군신화부터 평창 패럴림픽의 마스코트 반다비에 이르기 까지 친숙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약간 멍청하고 느리고 친숙한 이미지가 현재 일반적인 곰에 대한 이미지이다. 위험한 동물로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반달가슴곰은 몸길이 2m, 몸무게 200kg까지 나가는 대형 포유류이다. 앞다리 근육이 강력하여 휘두르는 앞발은 강력한 골절이나 내상을 일으킨다. 발에는 3~5cm의 발톱이 있어 스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피부나 근육을 쉽게 찢을 수 있다. 튼튼한 턱과 송곳니는 사람을 물었을 때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단거리의 경우 시속 40~50Km의 속도로 달릴수 있어 인간이 뛰어서 도망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나무를 잘 타 나무위로 도망갈 수도 없다. 후각이 매우 발달해 있어서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등산객의 음식물, 야영장의 쓰레기, 민가의 음식물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호랑이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이 언급되지만, 곰에의한 인명 및 재산피해도 수없이 기록되어 있다.


반달가슴곰의 위험성은 일본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일본에도 반달가슴곰이 산다. 우리나라의 곰과 아주 비슷한 아종으로 반달 무늬가 아주 선명하지 않다는 것 빼고는 크기와 특성이 거의 동일하다. 일본의 곰 사고를 보면, 홋카이도에 사는 불곰(반달가슴곰보다 덩치가 크고 성격이 포악하다)이 치명적인 사망사고를 많이 발생시키지만, 인명 사고의 수는 반달가슴곰에의한 사고가 훨씬 많다. 이 중에는 한 개체가 4명을 연쇄적으로 공격한 경우도 있다. 2023년에만 219명의 인명이 피해를 입었고, 이중 사망은 6명으로 집계되었다. 물론 일본은 약 2만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다고 하니, 곰 서식수의 1% 당 한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한국에서도 100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자연에 서식하고 있다고 하니, 이는 1년에 한 명 정도는 곰에 의한 공격에 노출 될 수 있다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반달가슴곰 복원을 주도하는 환경부는 인간과 곰의 충돌문제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안이하고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피해 방지지에 대한 실질적 노력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반달가슴곰을 지속적으로 관리 할 시스템은 없이 복원에 성공했다는 자화자찬만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반달가슴곰 개체수를 200마리까지 늘리기위한 프로젝트를 강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새로운 서식지 확대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지리산 외에도 덕유산, 수도산, 가야산까지 곰 서식지를 늘린다고 되어 있다.


곰보다 훨씬 인간에게 친숙하고 덩치도 작으며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개의 경우에도, 국내에서 119에 신고된 개 물림 사고가 연간 2,000여건이 발생한다고 한다.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개조차 완전히 통제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그들에게 잠자리와 먹이를 제공하고, 목줄로 통제를 하는 상태에서도 2,000여건의 사고가 발생하니 말이다.


곰 복원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첫번째가 곰의 몸에 부착하는 GPS추적기다. GPS추적기는 2~3년 마다 곰을 포획해서 추적기의 배터리를 갈아줘야 하기 때문에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 전체 곰의 절반도 추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고장이나 곰이 추적기를 떼어버리기도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곰이 포획 트랩을 피하는 법을 학습했다는 점이다. 곰이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야생에서 2,3세대가 태어나면서 아예 있는지 없는지 추적이 불가능한 개체 또한 늘어나고 있다.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환경부는 카메라 기반 감시 단말을 통해 실시간으로 야생동물을 추적하는 것으로 방법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과연 등산객과 주민들을 보호해 줄 수 있을까? 이 기술을 국립생태원으로 부터 이전받아 상용화환 네이처원이라는 기업의 홈페이지를 찾아가 홈페이지의 장비를 살펴보았다. 전혀 안심이 되지 않는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동작인식 카메라와 전원공급용 태양광 전지, 그리고 각종 액세서리들을 살펴보면, 단지 움직이는 생명체의 사진을 찍는 정도의 기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문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AI로 곰을 인식해서 실시간 통신을 통해 경보를 해주는 기술력을 탑재하고 있지 않았다. 이런 수준의 장비로 곰이 침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한편, 자료를 조사하던 중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은 일본에서 일상화된 곰 퇴치 스프레이를 민간인이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곰스프레이가 총포, 도검, 화약류 단속에 준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휴대할 수 있다. 일본의 등산로 입구에서 곰 퇴치 스프레이를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는 상반된다. 즉, 우리는 곰의 공격으로 부터 방어할 수단이 전혀 없다. 곰이 공격해오지 않기를 기도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옹호단체들은 반달곰은 온순한 성격이며 “현재까지 직접적 인명피해가 보고되지 않았으니 과도한 불안감을 가지는 것은 기우”라는 순진한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반달곰에 대한 인명 피해사례는 2건이 있다. 2014년 벽소령 대피소에서 비박하던 산꾼들의 침낭을 물어뜯은 사고와 2024년 8월 전남 구례 주인이 반달가슴곰과 마주쳤다가 넘어져서 다친사건이다. 하지만 재산상 피해사건은 훨씬 많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 반달가슴곰으로 인한 피해보상액수는 588건, 보상액은 10억원을 넘어섰다. 피해자들은 실제 재산상의 피해에 비해 쥐꼬리만한 보상만을 해준다고 불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인리히의 법칙에서는 1건의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300번의 사소한 징후,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588건의 사소한 징후(재산상 피해), 3건의 경미한 사고(오삼이와 2건의 인명사고)가 발생 했다. 이 상황에서 사망사고와 같은 대형사고가 곧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한 주장일까? 곰 방사가 안전하다는 주장이 허무맹랑한 주장일까? 만일 사람이 죽는 사고가 난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현실은 더 비극적이다.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라는 사업이 시작되면서 세금이 투입되고 이로 인해 이익을 보는 ‘곰 옹호자’들이 실제 위험과는 상관없이 이 위험한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을 통해 이루어지는 생태계 복원 사업과 모니터링 등의 지속적 비용지출에 기생하는 각종 단체나 기업들이 그들이다. 앞으로 곰이 살 공간을 조사하는 생태계 조사, 모니터링을 위한 기기 설치, GPS 설치를 위한 포획작전, 곰모니터링 기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등등 이들은 이미 곰없이는 살 수 없는, 정확하게는 곰방사와 관련된 예산에 기대어 생활하는 집단이 이미 형성 되었다. 이들은 현실을 무시하고 “곰은 위험하지 않다”는 레토릭을 반복하고 있다. 2024년에 환경부는 무인안내시스템 123개소와 홍보 깃발 597건, 213개의 전기울타리, 반달 가슴곰 명예보호원 26명을 위촉했다.


이제 절대 곰 방사 사업의 규모를 축소할 수 없게 되었고,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땜질식 대책과 예산이 집행되면서 끊임없이 지출이 눈덩이 처럼 늘어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현재 지리산을 넘어 다른 산에도 곰을 풀어놓아 200마리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 만들어진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한가지 사실이 있다. 복원과 공존은 다르다는 것이다. 공존을 할 수 없다면, 복원도 하면 안된다. 공존에 대한 대책없는 복원은 대형포유류를 일반 시민 곁에 풀어놨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곰은 사람을 찢어 죽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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