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모들이 상복을 입은 이유, 탈시설 반대시위 열려
- 이병훈

- Oct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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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거주시설 부모회 서울시청 앞 탈시설 반대 시위열려탈시설 무연고 중증장애인 사망과 건강 악화 잇따라발달장애인 부모들, 거주시설 확대가 절실하다 호소전장연이 만든 탈시설 지원법 폐지 주장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부모회는 소속회원 400여명(주최측 추산 6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5월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의회의 탈(脫)시설 조례안 폐기 및 탈시설 지원법안 반대, 장애인 거주시설의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서 참석자들은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수요가 훨씬 높은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와 같은 일부 단체들의 탈시설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장애인 거주시설의 신규 인가 및 신규 입소가 어려워졌다”며 “전장연이 만든 탈시설 지원법을 측각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 인구는 약 260만명이며, 이중에 지적장애 및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이 약 34만명이다. 등록된 지체장애인중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비율은 약 1%이며, 지적장애 및 자폐 등 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중 약 4.8%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한다. 이웃 국가인 일본의 경우 지체장애인의 1.7%, 발달장애인의 10%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율은 일본보다 훨씬 떨어진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운영하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민들레공동체’의 이병훈 원장 신부는 이날 집회에서 “우리 아이들(발달 장애인)은 생애주기가 남들보다 느리고, 남들보다 짧은 인생을 산다”며 “그 짧은 인생을 사는 아이들에겐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가 상주하는 넓고 쾌적한 장애인 거주시설이 아이들의 교우관계 형성 및 또 하나의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곳”임을 역설했다.
이병훈 신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와상장애인(24시간 내내 누워 생활하는 중증장애인)은 몇 시간만 방치해도 욕창이 생길 수 있다”며 “의료진과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는 이들의 돌봄에 문제가 없지만 시설 밖으로 내몰린 장애인들의 경우 도리어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 김현아 대표도 “전장연의 탈시설 계획은 활동지원사 파견을 통해 생기는 금전적 이익을 노리고 오랜기간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며 “자립이 불가능한 사람을 자립이 가능한 사람으로 둔갑시키고, 타인에 의한 간헐적 도움이 있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 거주시설에 근무하는 물리치료사 K씨는 “박원순 시장 시절 전장연을 중심으로 하는 인권단체와 서울시가 자기 의사표현 능력이 부족한 무연고 중증장애인 A씨와 B씨 등을 표적삼아 탈시설 하면서 A씨는 욕창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지난 7월에 사망하고, B씨도 병세가 악화되었다”며 분노했다.
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는 집회 마지막 순서로 무릎꿇는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정책 수립 시 시설이용 장애당사자와 그 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촉구하며 입소대기자가 늘어가는 현실에서 조속히 신규입소를 허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장애인거주시설부모회 김현아 대표 연설문 전문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면에서 변화의 소용돌이 앞에 있습니다. 지난 몇 십년 동안 장애계가 이렇게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적도 없습니다. 전장연이 이동권투쟁을 빌미로 탈설지원법,장애인권리보장법을 통과시키라고 압박하는 바람에 탈시설도 수면으로 떠올라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우리 장애인거주시설의 부모들은 그동안 탈시설의 당사자면서 정책 입안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왔습니다. 그리하여 작년 7월 26일 상복을 입고 복지부 앞으로 달려가 ‘시설퇴소는 사형선고다’라고 외치며 말못하는 자식들을 위해 일어났습니다.
저희가 고군분투하며 탈시설정책의 문제점과 위험성에 대해 알려왔지만 그동안 무리하게 밀어붙인 탈시설 정책의 역효과는 이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6살 어린 발달장애아이와 엄마가 투신을 하고 암에 걸린 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자신도 자살시도를 하고 발달장애아들과 차에서 같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엄마들과 같은 마음을 품고 살아왔던 예비살인자들이었기 때문에 그 엄마들을 백번이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 엄마들에게 삶의 희망을 앗아 갔습니까?
일반인들은 장애인엄마로서 겪어야 할 그 수모와 경멸을 감히 상상하실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가 약자에게 얼마나 야만적인 얼굴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압니다. 그래도 죽고 싶었던 많은 순간들을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자녀를 돌봐주는 거주시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거주시설을 없애겠다고 하니 이게 사형선고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그동안 성명서를 통해 이법은 이렇게 잘못되었고 저법은 저렇게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바로 잡아달라고 읍소했습니다. 오늘은 거두절미하고 한마디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부모들이 탈시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 자녀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전장연의 탈시설 계획이 오랜시간 동안 치밀하게 계획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단체인 장애인부모연대까지 전장연의 조직으로 함께 행동하고 있습니다.
자녀가 시설에 거주한 경험도 없는데 그분들은 왜 그런 주장을 할 수밖에 없을까요?거주시설이 해체되면 과연 누가 그 혜택을 보게 될까요? 탈시설한 장애인이 가게 될 주택, 활동지원사 들을 파견하는 센터를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할 사람들이 과연 누구인가를 살펴보면 됩니다.
자립이 불가능한 사람을 자립의 대상으로 만들어 간헐적 도움이 있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자로 둔갑시키고 국가로부터 받아야할 복지혜택을 시혜로 폄하시키며 유엔의 장애인권리협약만을 들먹이는 그들은 정작 탈시설한 장애인들을 휠체어에 태워 시위에 동원시키며 공공근로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일자리이며 취업입니다.
과연 이것이 장애인이 행복한 삶입니까? 이것이 장애인의 인권이며 자유로운 생활입니까?
현재 그들이 말하는 탈시설이란 ‘장애정도가 심하여 자립하기가 곤란한 장애인이, 국가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며 탈시설을 목표로 거주시설을 축소시키고 폐쇄하려고 하는 탈시설지원법과탈시설조례안은 중증발달장애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입니다. 공의를 추구하고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법이 오히려 중증발달장애인들에게 심각한 인권침해를 초래한다면 이 법안은 마땅히 폐지되어야 합니다.
시설이용 희망자와 대기자가 넘쳐나는데도, 시설 폐지에만 혈안 된 정책과 법안 때문에 정작 보호 받아야 할 중증발달장애인들은 선택할 기회도 없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들을 키우는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할만큼 절망적인 상황이라면 이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탈시설이란 명목으로 거주시설을 없애는데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장애인정책을 펴 나가야 합니다.장애의 종류와 특성이 다양한만큼 그에 맞는 정책도 맞춤형으로 가야합니다. 시설과 탈시설의 이분법에 갇혀 있으면 안 됩니다. 장애의 정도가 심하면 더 많은 서비스와 지원을 받으며 살아가면 되고 질병으로 인해 요양이 필요하면 요양시설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자립이 가능하면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아 살아가면 됩니다. 시설에 살던 가정에서 살던 장애인과 그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그동안 장애인복지의 중요한 축을 맡아 왔던 거주시설을 10년안에 없애겠다는 발상이 과연 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헌법에서도 ‘신체장애자 및 질병 · 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하였습니다. 이를 근거로 장애인거주시설이 보호와 요양의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저희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현재의 거주시설이 기능적으로 더 다양하게 변화하여 장애인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